정려靜慮 : 고요히 흐르고, 깊이 스미는
2025-07-01 ~ 2025-08-17
천안시립미술관 2전시실
김진, 송창애, 이자연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본질적 화두입니다.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나'의 존재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자연, 타인, 그리고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드러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송창애의 '워터스케이프 watencape'는 물의 파동과 흐름, 투명함과 유동성을 통해 삶과 존재의 변화와 순환, 비움과 채움의 미를 드러냅니다. 노자의 이도관지 세계관을 토대로 "이수관지: 사물을 물의 관점에서 보다" 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의식으로 확장하여 자연과 인간, 나와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물의 유려함을 화면 위에 펼쳐냅니다.
이자연의 '고요할 적은 식물의 성장과 시듦, 내면의 불안과 치유를 반복적 작업으로 풀어냅니다. 불교의 연기와 도가의 무위자연 사상이 깃든 작업은 존재와 감정, 일상의 순간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스며드는 모습을 수행적 과정으로 승화시킵니다.
김진의 '초록을 품은 땅'은 땅과 흙, 그 위에 쌓인 시간과 기억을 주제로 존재의 터전과 근원을 탐구합니다. 장자의 자연사상과 변화의 철학이 스며든 작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땅 위에 남은 삶의 흔적과 시간의 결을 통해, 고정된 경계를 넘어 모든 존재가 서로 스며들고 얽히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삶의 소음과 빠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종종 내면의 목소리를 잊고 지냅니다. 이번 전시는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깊이 사유 정례하며, 각자의 경험과 시선으로 작품을 마주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열어두고자 합니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작품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나와 세계, 자연과 존재,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다시 묻는 여백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